신을 철저히 배격한 인간은 이제부터는 인간 스스로 이성에만 의존하여 문제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이것이 근세철학이다.
그래서 몇 가지 개념들을 만들고 정리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사용하려고 만든 용어들이 불완전하고 늘 2% 부족했다.
데카르트가 만든 것을 다음 철학자가 반박하고, 그가 세운 논리를 다음 철학자가 반박하여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근세와 현대철학이다.
여기서 결론은 인간의 이성을 정말 신뢰할 수 있는가? 이성이 세운 공리가 정말 진리인가? 이를 검증하는 것이 가능한가? 등이다.
이성조차 생각하고 있는 것, 존재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사유와 논증이 과연 참이며 사실인가는 검증할 길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 부족함이 끊임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인간의 이성의 학문은 진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성의 한계이다.
그러면 성경적 인간관, 종교철학은 이성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합리적 이성을 말하는 철학자의 입장에서는 고리타분하게 여긴다. 무슨 선한 것이 나오겠는가? 또 앵무새처럼 반복하겠지. 저들은 고집불통인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종교철학자들의 주장을 판단한다.
신본주의와 인본주의는 과연 무엇이 다른가?
합리적 이성으로 궁극적 진리를 찾아가려는 인본주의 철학자들이 논리를 살펴보자.
주체(물질)와 객체(진리)
데카르트, 스피노자, 러크와 버클리, 흄, 칸트, 헤겔, 피히테와 셸링은 계속해서 앞선 연구에 대해 비판하면서 새로운 학설을 주장한다.
그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즉, "대상(사물)과 일치하는 지식이란 결코 확인될 수 없다. 고로 완전한 진리란 없다. 인간의 이성으로 찾아낸 것들은 지속적인 정정을 거쳐야만 한다."
결국 근대철학이 갖고 있는 근본적 딜레마이다. 이성이 밝혀낼 수 있는 한계이며 결핍의 문제이다. 철학자들마다 앞선 연구자들의 주장이 미흡하고, 결핍된 부분을 보완하며 진화하고 있어 결코 완결에 이르지 못한다.
이것이 합리적 이성을 바탕으로 진리를 찾아가는 근대철학은《미완성》작품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근세철학의 주체는 무엇인가?
주체에 대하여
주체라는 범주는 근대 철학의 핵심이며 근본적인 범주다. 중세철학이 펼쳐 놓은 <신관과 인간관>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했다.
여기서 중세철학은 신에게 종속의 관계인 인간관인간이 철저히 벗어나 "주체가 되는 것"이 전제되어야만 했다. 어떤 이론적 명제도 이것을 근거로 두어야만 가능하게 되고 근대철학은 여기가 출발점이 된다.
근대철학에서 신으로부터, 대상으로부터, 주체를 분리시킴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주체가 인식한 것이 대상과 인식하는지, 진리인지 어떻게 보증하느냐"이다.
인식하는 주체와 인식의 대상을 나누고, 양자가 일치하는 게 진리라고 한다면, 어떤 지식이나 인식이 진리인지 아닌지는 결코 확인할 수도 보증할 수도 없다.
새로운 대체재를 찾았으나 <불완전함>
근세철학이 이성을 최상위에 놓고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성이 탐색하고 밝혀낸 명제가 진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이제 근세철학과 종교철학은 철길처럼 평행선을 긋는가? 아니면 종교철학이 주체철학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가? 보완해 줄 수 있는가?이다.
<주체>라는 범주는 근대 철학에서 가장 핵심적이며 근본적인 범주다. 중세철학의 신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인간 <주체>가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주체'를 출발점으로 삼은, 이후의 근대철학을 《주체철학》이라고 한다.
‘주체’ 개념은 현대(Moderne)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데카르트로부터 비롯된 ‘주체’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으로 규정했으며, 이것은 기존의 세계 이해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초래한다.
근세철학은 인간이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자기 앎》에 대한 존재론적 욕망과 관련된다.
《주체》란 철학자 데카르트에게는 '사유하는 능력'을 의미하기도 하고, 칼 융과 같은 정신분석학서는 상실된 원형에 대한 환원의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Jacques Lacan)은 결여와 결핍에 대한 자의식을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진정한 자기로 부를 수 있는 궁극적인 실체를 붙잡으려는 존재론적 충동을 (진아 眞我) 뜻하기도 한다.
심지어 공산주의에서는 어느 것에 매이지 아니하고 주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주체'(주체사상)라고 하기도 한다.
사회학자인 질 들뢰즈에게 주체는 다만 막연하게 주체라고 부를 뿐, 그 실체가 없는 허명(虛名)으로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처럼 각각의 학문에서 바라보는 인간에 대한 정의는 다르지만, 주체를 인식하는 행위나 과정은 자기반성적인 물음과 강하게 연동돼 있다
그동안 합리적 이성으로 인간을 설명하려는 모든 노력은 언제나 인간의 본질을 설명하는 결정적 요소가 빠져있어 2%가 부족하다. 이러한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듯 그 시대의 사회현상에 따라 《상실된 인간》에 대한 설명을 달리 해왔다.
철학의 이단아로 불리는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Gott ist tot! 신은 죽었다.
Gott bleibt tot! 신은 죽어있다.
Und wir haben ihn getötet!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여버렸다.
Wie trösten wir uns, die Mörder aller Mörder?
살해자 중의 살해자, 우리는 어떻게 우리를 위로할 것인가?
- 니체의《즐거운 학문(1882)》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