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은 한번 읽어도 단번에 이해가 되는 글이 있다. 하지만, 어떤 글은 매우 짧은데도 불구하고 그 뜻이 깊어 이해하기가 영 쉽지 않다.
어찌해야겠는가?
먼저 왜 독서를 해야 하는가?
독서의 유익은 3가지이다.
먼저, 독서는 나를 계발하는 도구이다.
유능한 스승을 직접 만날 수 없기에 그가 쓴 책을 통해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나의 지식을 넓히고, 인격도야의 길이 된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가장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다.
독서가 단순히 지식만 넓혀주는 것이 아니다.
책에 담긴 내용들과 정신, 사상이 내 안에 들어와 나를 바꾼다.
그래서 실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나를 필요한 사람으로 만든다.
둘째는, 인재가 되고, 쓰임 받을 그릇이 된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말하기를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기지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책을 읽음으로써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된다.
성현들과 대화함으로써 기지(奇智 : 특별하고 뛰어난 지혜)와 기지(機智 : <위기를 모면하도록> 경우에 따라 그때그때 재치 있게 대응하는 슬기)를 갖추게 된다.
셋째로,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린다.
편협했던 생각에서 벗어나 세상은 넓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보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안목이 생긴다.
그러면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는가?
독서의 방법
주자(朱子)는 독서삼도(讀書三到)의 방법으로 책을 읽도록 권한다. 책 읽을 때 온전히 집중하게 하는 방법이다.
구도(口到) : 입으로 중얼거리고나 크게 소리내어 읽는 법, 이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눈으로 읽어도 그 뜻을 쉽게 이해하게 된다.
안도(眼到) : 책에만 집중하여 보는 것
심도(心到) : 그 뜻과 의미를 마음속에 깊이 새김
이같이 마음으로 읽으며, 머릿속에 저장하는 암기 방법은 가장 훌륭한 학습법이다.
독서삼매(讀書三昧)라 하였는데, 독서에 ‘삼매(三昧)’하라는 말이다. 삼매의 어원은 한자말이 아니다. 인도 불교에서 한자를 차용하여 번역한 것으로 "삼매"는 산스크리트어 '삼마디, 사마디(samadhi)'를 한자로 표기한 것. '삼마디'는《마음을 한곳에 집중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불교 등에서는 《고요함 · 적멸(寂滅) · 적정(寂靜)》의 정신집중 상태를 말한다. 보통 독서삼매경에서 경(境)은 경지(境地)라는 뜻하는데, 고도의 정신집중으로 오직 독서에만 정신을 모은 경지를 말한다.
이제 읽고자 하는 책을 앞에 두고... 어찌할까.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왕숙전(王肅傳)의 위략(魏略)을 인용한 배송지(裵松之) 주(注)에 나온 글을 보자.
人有從學者, 遇不肯敎而云.(인유종학자, 우불긍교이운)
必當先讀百遍, 言讀書百遍其義自見(필당선독백편, 언독서백편기의자현)
‘견(見)’은 원래 ‘보다’는 뜻이다. 하지만, ‘드러난다’고 할 때는 ‘현’으로 읽는다. 이 때문에 ‘보는 견(見)’과 ‘드러나는 현(現)’으로 나뉘게 된다. 현(見)은 옥(玉)에 《무늬가 있어서 눈에 훤히 보이는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동우라는 사람의 명성이 자자했다. 그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글을 배우겠다고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선뜻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먼저 독서의 방법, 깨우치고 이해하는 원리를 먼저 가르친 것이다. “(마땅히) 먼저 백 번을 읽어야 한다.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讀書百遍(독서백편)이라는 말에서 <백 편>의 遍은 '두루 편'이다. 辶(길갈 착)과 扁(넓적할 편)의 합성어로 백번을 의미한다. 이는 깨달음이 있을 때까지 되풀이하여 몇 번이고 숙독(熟讀)하면 뜻이 통(通)하지 않던 내용도 저절로 깨닫게 됨을 말한다.
여기서 백번을 읽는다는 말은 결국 그 뜻을 알 수 있을 때까지를 의미하고, 이해될 때까지 되풀이해서 읽음으로써 깨달음을 얻는다.
이렇게 읽으라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 읽을 독, 글 서, 일백 백, 두루편, 뜻 의, 스스로 자, 나타날 현)
뜻이 어려운 글이라도 되풀이하여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우쳐 알게 된다.
처음에는 글자로만 보이지만, 책을 보고 또 보면서 생각하고 또 깊이 생각하면서 독서를 하였을 때 효율적인 독서가 된다.
이렇게 읽는 방법도 있다.
처음에 1장(한 줄)을 읽는다.
다음에 다시 1장을 읽고 2장을 읽는다.
다시 1,2장을 읽고 3장을 읽는다.
다시 1,2,3장을 읽고 4장을 읽는다.
다시 1,2,3,4장을 읽고 5장을 읽는다.
다시 1,2,3,4,5장을 읽고 6장을 읽는다.
이같이 읽는 방법은 지루할 수도 있다.
그런데, 속독으로 읽게 된다. 즉, 처음 5장까지는 이렇게 읽으면 다음에 읽을 때에는 이미 알고 읽기 때문에 읽는 것이 빨라진다. 그다음에는 더 빨라진다. 그래서 6장쯤 읽을 때는 외우지 않았는데도 1,2,3,4,5장은 다시 읽을 필요가 없이 머리에 기억되고, 암기에 가깝게 이해가 되는 것이다.
현인과의 사귐
맹자(孟子)는 "독서상우(讀書尙友)"라 했다.
좋은 책을 읽으면 옛 현인(賢人)과도 벗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좋은 책을 읽는 것은 현인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들과 상담하고, 토론하고, 심지어 여러 현인들을 불러들여 회담을 하는 것과 같다.
독서(讀書)는 어느 때에 하면 좋은가?
후한(後漢) 말기 위(魏)나라에 동우(董遇)라는 학자가 있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배우기를 좋아하여 조용히 농사지으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면서 뜻을 알 수 없는 책도 많이 읽었는데, 어떻게 깨우쳤을까?
그는 그 뜻을 깨우칠 때까지 읽고 또 읽어 결국 문리(文理)를 터득했으며 문장(文章) 또한 탁월하여 소문이 났다.
그는 훗날 벼슬자리에 나아가 헌제(獻帝)의 글공부 상대가 되었다. 그리고 위(魏)나라 명제(明帝) 때에는 시중(侍中 : 황실의 최고 요직인 내무장관, 고려와 조선에서는 국무총리 혹은 내무장관) 자리까지 올랐다. 그 후에도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주석서들을 편찬하여 널리 알려졌다.
그는 한가한 시간 즉,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겨울, 바쁜 일과를 보내는 사람에게는 밤이, 또 일을 힐 수 없는 비 올 때에 책을 읽기 좋은 시간이라 했다. 이를 삼여독서(三餘讀書)라 하는데, 동우(董遇)가 그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