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내가 태어나 자라난 곳은 정지용님의 지은 향수(鄕)의 고향 옥천입니다.
정말 그의 싯구처럼 아름답고, 고즈넉한 곳.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하나님과의 아름다운 신앙의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어린시절 교회는 나의 놀이터였고, 내 집 같이 드나들며 살았습니다.
부친께서 지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시면서 몇 해를 병원에서 보내셨는데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이런 부친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했던 분은 믿음이 좋기로 소문난 당숙모였습니다.
그의 억척스런 돌봄으로 부친에게 담당의사도 깜짝 놀라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한 고비를 넘긴 부친은 이제 퇴원해도 좋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신앙생활하기로 결심하고 교회 옆에 집을 얻어 살게 되면서
교회는 나의마음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향해 떠나갔던 나를 다시 부르시고
부친이 별세하시고 나는 교회와 까마득하게 멀어졌었습니다.
그리고나서 다시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여름이었습니다.
나는 주님을 잊고 살았지만, 주님은 나를 결코 잊지 않으시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 당시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대학진학을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주님을 만나고 나서는 배짱이 생겼습니다.
"주님! 제가 주님 일을 할테니 주님은 내 일좀 해 주세요." "하나님께서 나를 대학에 들어가게 해 주시면 ....
대학 4년을 꼬박 시골의 작은 교회를 떠나지 않고 복무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거기에 놀라운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훗날 깨닫게 하셨습니다.
나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하나님도 나의 일방적인 서원기도를 예쁘게 보이셨는지 다 이뤄주셨습니다.
약속한 기간동안 주일을 한번도 범하지 않고 교회에서 온종일 봉사하며 섬기면서도 행복했습니다.
뒤돌아보면 고3시절은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던 동네 사람들은 '예수쟁이'라고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복음을 경험하게 하신 하나님
1992년 1월 13일은 내 인생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한 권의 책 D.M. 로이드 존스가쓴 "내가 자랑하는 복음"(I am not ashamed) (딤후 1:12)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의사 출신의 복음전도자 로이드 존스의 예리한 통찰력과 불을 담은 논리와
웅변적 논증 (Logic on fire! Eloquent reason)은 하나님의 말씀이 내 영혼에 꽂히기에 충분했습니다.
그의 명쾌하고 해박한 기독교 지식은 깊이 영적 세계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그가 증거하는 말씀의 검은 나의 영혼을 진단하고, 해부하였으며, 영혼을 소성시키고,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셨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말씀이 가슴을 후비며 지나갔습니다.
열한 번에 걸친 그의 설교 속에서 '장엄하게 펼쳐진 복음의 원시림'을 거닐며
참된 기독교의 실체를 경험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아! 이 감격! 복음의 능력이 나를 치료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새도록 내 영혼은 벅찬 감격과 환희로 이어졌습니다.
그날 나의 지성에는 코페르니쿠스적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 은혜는 다음 날 더 큰 은혜로 이어졌는데,
그 날은 중고등부 겨울수련회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그 날 밤 하나님은 나에게 담대하게 복음의 말씀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나도 놀랐습니다.
학생들이 말씀에 깊이 찔림을 받고 회개하며 점점 깊은 기도에 빠져 들어갈 때
주님은 나를 밖으로 이끄셨습니다.
생명싸개로 안아주심 같이
엄동설한의 살을 애는 듯한 찬 공기가 산골짜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그 추위 속에서도 하나님의 따스한 기운이 나를 감싸는 것을 느끼면서,
긴 시간을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바라보며 그분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맑은 하늘에 쏟아질듯이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한없이 펼쳐진 그 넓은 우주의 한 모퉁이에서 내 영혼은 창조주 하나님을 응시하며,
내 영혼은 그의 창조세계의 장엄한 영광 속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내 입에서 "주님의 높고 위대하심을 내 영혼이 찬양 하네" 찬양이 흘러 나왔습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무엇이며,
또 말씀으로 내 영혼과 삶에 영적 지각변동을 경험하게 하시는 체험과
다시 한번 당신의 위엄과 영광 그리고 권능을 시청각으로 보여주시며 깨닫게 하셨습니다.
우주 속에 나의 존재가 얼마나 초라하고 비참하며,
베드로전서 1장24절 모든 육체는 풀과 갖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품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라는 말씀과 같이 얼마나 덧없고,
아무 쓸모없는 존재임을 깊이 깨닫게 하셨습니다.
장엄하게 펼쳐진 우주에 띠끌과 같은 나
그런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입고 있다는 것이 신비롭기만 했습니다.
선명한 복음의 말씀과의 만남, 그리고 주님이 보여주신 창조 세계를 통해 말씀해 주시고
깨닫게 하신 그날의 체험은 영원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 날 이후로 내 평생에 자랑은 저 부끄러운 십자가에 담긴 오묘하신 그분의 사랑과
복음의 능력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