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뭔가 앞뒤가 안 맞을 때 쓰는 표현은 없을까?
어른들이 자식들에게 "때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 '청승맞다' 혹은 '청승 떤다'라고 말한다.
즉, '궁상스럽고 언짢다'는 뜻이다.
"늘 얻어 맞던 녀석이 때리던 놈 흠씬 패 주고 와서는 얻어 맞은 놈을 걱정해 주는 척할 때"
행동하는 주체에 따라 '청승'은 남에게 내가 불쌍히 보여 돕거나 위로해 주게 만드는 태도를 뜻한다.
내가 진심으로 타인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타인이 고의적으로 스스로를 불쌍하게 말하여 내가 위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갈 때 느껴지는 불쾌감(한마디로 븅신같다)을 말한다.
그럴 때 그 사람에게 '청승맞다' '청승 떤다'라고 말한다.
'억지로 불쌍한 척한다.'
청승(靑蠅 : 쉬파리)은 검정파릿과의 곤충을 말한다.
광택이 나는 녹색이며 앞ㆍ옆머리는 금빛 가루로 덮여 있다. 썩은 고기나 오물 따위에 모여들어 산란한다.
"아니, 너는 이 밤에 혼자 나와 훌쩍거리고 웬 청승이냐?"
"한밤중에 여자가 청승맞게 울고 있다."

임형석의 한자 박물지(博物誌) <484> 營營靑蠅 止于榛
윙윙 쉬파리 개암나무에 앉았네
경영할 영(火-13) 경영할 영(火-13) 푸를 청(靑-0) 파리 승(虫-13)
발 지(止-0) 어조사 우(二-1) 개암나무 진(木-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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營營靑蠅(영영청승) 윙윙거리는 쉬파리
止于樊(지우번) 울타리에 앉았다
豈弟君子(기제군자) 공손한 군자님 어찌하나
無信讒言(무신참언) 모함하는 말 믿지 말아요
營營靑蠅(영영청승) 윙윙거리는 쉬파리
止于棘(지우극) 가시나무에 앉았다
讒人罔極(참인망극) 참소하는 사람 너무 많아
交亂四國(교난사국) 온 나라를 어지럽힙니다
營營靑蠅(영영청승) 윙윙거리는 쉬파리
止于榛(지우진) 개암나무에 앉았다
讒人罔極(참인망극) 참소하는 사람 너무 많아
構我二人(구아이인) 우리 두 사람 이간질 한다오
營營靑蠅(영영청승) 止于榛(지우진)은
詩經(시경)의 靑蠅 시의 한 구절.
모두 세 마디의 짧은 시는 讒人(참인), 곧 남을 헐뜯는 사람을 풍자한 노래이다. 마지막 마디는 이러하다. '윙윙 쉬파리 / 개암나무에 앉았네 // 참인은 나빠서 / 우리 둘 사이를 꾸며대네 營營靑蠅 止于榛 讒人罔極(참인망극) 構我二人(구아이인)'.
營營 : 똥파리가 바쁘게 오락가락하는 모양을 가리키는 말.
여기선 의태어로 오락가락하며 내는 소리로 보았다.
靑蠅은 파리의 일종인 '쉬파리'.
蒼蠅(창승)이라고도 한다.
罔極(망극)은 흔히 '그지없다', 곧 끝없다는 뜻으로 쓰지만, 여기선 無良(무량), 곧 좋지 않다는 뜻이다.
構(얽을 구)는 본디 집을 지을 뼈대를 만드는 일. 여기서 이말 저말로 '꾸며대다' '이간질하다'는 뜻이 나왔다.
시의 첫째 마디에
'점잖은 임이여 / 거짓 고자질을 믿지 마소서
豈弟君子(개제군자) 無信讒言(무신참언)'라는 말이 나온다.
豈弟는 점잖다, 愷弟(개제) 또는 愷悌(개제)라고도 쓴다.
둘째 마디에선 '참인은 나빠서 / 천하를 어지럽히네
讒人罔極 交亂四國(교란사국)'라고 한다.
交亂은 '서로 어지럽히다'라는 뜻.
여기서 소리가 같고 뜻이 비슷한 攪亂(교란 : 뒤흔들어 어지럽게 하거나 혼란하게 하는 것)과 구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