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1)
누구나 글을 잘 쓰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글을 잘 쓴이들의 작품을 베껴 보는 것이다.
《좋은 문장》들을 필사해 보라.
그들은 최고의 언어 직공들이다.
종종 전문가들도 실수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그들이 쓴 글을 교정, 교열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다듬질》하여 작가의 글이 더 빛나게 해 준다.
글의 시작인 《첫 문장》은 매우 중요하다.
첫 문장은 가장 고심하고 빚어낸 작가의 심장과 같은 것이다.
최재봉의 탐문 _04 첫 문장
문장은 자아의 표현이요 세계의 의미화다.
문장은 그것을 쓴 사람을 드러내고 그것이 쓰이고 읽히는 사회를 비춘다.
문학을 문학으로 만드는 데에 문장은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문장이 곧 문학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누군들 이렇듯 강렬하고 인상적인 문장을 구사하고 싶지 않겠는가.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김훈의 대표작 <칼의 노래> 첫 문장은 주어의 조사를 “은”으로 할지 “이”로 할지를 놓고 작가가 고민했다는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같은 조사라고는 해도 ‘이’와 ‘은’은 사뭇 다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소설 <설국>의 도입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니가타현의 온천 마을로 이끌었던가!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夜の底が白くなった。
信号所に汽車が止まった。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雪国)이었다.
밤의 아래쪽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작가 -
1. '적' '의'를 보이는 '것' '들'
접미사 '-적'과 조사'-의' 그리고 의존 명사 '-것', 접미사 '-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문장에서 '있는'이나 '있다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읽는 데 방해가 된다.
그렇다면 빼는 것이 낫다. p47
1. 눈으로 덮여 있는 마을 -> 눈으로 덮인 마을
2. 길 끝으로 작은 숲이 이어지고 있었다. -> 길 끝으로 작은 숲이 이어졌다.
3. 그 여배우와 친밀한 관계에 있는 영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 그 여배우와 가까운 영화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4. 그에게 있어 가족은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다.
-> 그에게 가족은 목숨보다 더 중요했다.
5.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6. 글을 씀에 있어서 맞춤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 글을 쓰는 데 맞춤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7. 그의 말은 일전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다.
-> 그의 말은 일전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2.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
분명하게 뜻을 가려 써야 할 때까지 무조건 '대한'으로 뭉뚱그려 쓰면 글쓴이를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p65
1. 그 문제에 대해 나도 책임이 있다.
-> 그 문제에 나도 책임이 있다.
2. 종말에 대한 동경이 구원에 대한 희망을 능가했다.
-> 종말을 향한 동경이 구원을 바라는 희망을 능가했다.
3. 과대망상에 대한 증거를 찾았다.
-> 과대망상을 증명해 줄 증거를 찾았다.
4. 성공에 대한 열망이 ->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이
5. 나 같은 경우에는 -> 나는
6. 실수에 의한 피해를 복구하다. -> 실수로 빚어진 피해를 복구하다.
주격 조사 '이, 가'가 붙는 낱말은 문장 안에서 주어의 자격을 갖게 되고,
보조사 '은, 는'이 붙는 낱말은 문장 안에서, 주제, 곧 화제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내가 말했다'와 '나는 말했다'는 다른 뜻을 갖는 문장인 셈이다. p80
내 문장은 대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조사 중에서 방향이나 경로는 나타내는 조사는 문장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가
문장의 몸이랄 수 있는 체언이 어디를 향하는지 결정하는 터라 잘 가려서 써야 한다. p90
1. 창문 뒤에 새들이 모여들었다.
-> 창문 뒤로 새들이 모여들었다.
2. 학원을 보낸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닙니다.
-> 학원에 보낸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닙니다.
3. 낯선 세계로의 진입이 시작되었다.
-> 낯선 세계로 진입이 시작되었다.
조사 '-에'와 ' --에게'의 차이는
'-에'는 무생물에, '-에게'는 생물에 붙인다는 것이다. p96
4. 적국에게 선전 포고를 했다.
-> 적국에 선전 포고를 했다.
5.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6. 담 한쪽에 난 구멍으로부터 교도소 밖으로 빠져나와 도망쳤다.
-> 담 한쪽에 난 구멍을 통해 교도소 밖으로 빠져나와 도망쳤다.
7. 당국으로부터의 끊임없는 도주가 이어졌다.
-> 당국을 피해 끊임없이 도망치는 생활이 이어졌다.
3. 당하고, 시키는 말로 뒤덮인 문장
'데다', '배다', '설레다'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는 동사다. p115
1. 고기 냄새가 온통 다 배였다.
-> 고기 냄새가 온토 다 뱄다
2. 마음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 마음이 설레 잠을 이루지 못했다.
3. 휴가가 너무 기다려진다.
-> 휴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두 번 당하게 만드는 경우
4. 둘로 나뉘어진 조국
-> 둘로 나뉜 조국
5.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6. 벌려진 틈으로
-> 벌어진 틈으로
7. 기자 회견을 열 것으로 보여집니다.
-> 기자 회견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8. 12월이 되면 시민들의 관심이 불우 이웃에게 모아진다.
-> 12월이 되면 시민들의 관심이 불우 이웃에게 모인다.
9. 자식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한 점 반성합니다.
-> 자식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점 반성합니다.
10. 업무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1. 1등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 1등이 될 가능성이
12. 치료해 줄 수 있는 의사를
-> 치료해 줄 의사를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지시 대명사는 꼭 써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게 좋다. p160
1. 그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2. 그 누구도 나를 배신할 수 없다.
-> 아무도 나를 배신할 수 없다.
관형형은 과거형보다 현재형으로 쓰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p176
1. 배웠던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복습이다.
-> 배운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복습이다.
2. 내가 겪었던 많은 일들을
-> 내가 겪은 많은 일들을
3.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눈여겨보았다.
->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눈여겨보았다.
4. 시작할 수 있는 것과 시작할 수 없는 것
놀람, 슬픔, 어색함, 민망함처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은
시작과 끝을 명시하기 어렵다.
동작에서도 어색한 표현이 있다. p183
1.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다.
-> 사람들이 놀랐다.
2. 선발대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 선발대가 출발했다.
접속부사는 삿된 것이다.
그건 말이라기보다 말 밖에서 말과 말을 이어 붙이거나
말의 방향을 트는 데 쓰는 도구에 불과하다.
말을 내 쪽으로 끌어오거나 아니면 상대 쪽으로 밀어붙이려는 ‘꼼수’를 부릴 때 필요한
삿된 도구, 그러나 말이 이야기가 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이야기란 원래 삿된 것이니까. p188
5. 문장 다듬기
1. 한국어 문장은 펼쳐 내는 시간으로 의미를 만든 셈이다.
그러니 한국어 문장은 순서대로 펼쳐 내면서,
앞에 적은 것들이 과거사가 되어
이미 잊혀지더라도 문장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 p196
2.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p197
주사위 두 개짜리 확률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고등학생이 놀랍게도 우리나라에 10퍼센트 밖에 없다.
-> 우리나라 고등학생 가운데 주사위 두 개짜리 확률 문제를 풀 수 있는 학생은 놀랍게도 10퍼센트 밖에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