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김현승님)
사람마다 "계절을 탄다"는 표현을 하듯이 계절의 영향을 받는다.
봄에는 생동감,
여름은 열정이,
가을엔 이별이나 엄중함이,
겨울은 진중함이 있다.
그래서 계절마다 시나 노래에도 그러한 김정이 배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그중 가을도 '초가을이냐, 만추냐'에 따라 다르다.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에서는 인생을 되돌아보기에 적합한 시간이다.
지내처온 시간들, 이젠 자신과 마주 앉아 절대 고독 앞에서 겸허히 저 높은 곳을 바라다 보며 자신의 남은 생애가 보다 풍요롭게 채워지길 간절한 열망으로 "~(하게) 하소서"라는 기도형식으로 경건함을 자아낸다.
시인은
1연에서는‘가을’에 열매가 익어가듯 내적으로 숙성을 열망하고,
2연에서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랑하는 이《절대자》를 향해 그와 아름다운 시간을 갖기를 기대하며,
3연에서는 마른나무와 까마귀를 통해 ‘만추’처럼 삶의 이유를 되돌아보는 태연함과 완성으로 향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모국어 : 나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언어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 비옥한 시간 : 풍요를 가져오는 의미있는 시간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 마른 나뭇가지와 까마귀 :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초연함과 완성된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