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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그 아날로그 시간 속으로
[明泉] 맑은 샘물
2023. 9. 11. 11:54
「가을에」
- 정 한 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오늘이
마침낸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海底) 같은 그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한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러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소중한 꿈을
꼭 안아 지키게 해 주십시오.
감상평
시는 시간을 멈추게 하는 능력이 있다.
마치 한 장의 낡은 사진 속에 담긴 그 추억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한다.
곱게 물든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가을 햇빛,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를 꿈꾸던 그 세계를 깨트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련하지만, 어린 시절 밤새 불덩이가 되어
두려움과 불안이 스멀스멀 공포가 되어 엄습해 오던 그 시간
엄마 손은 약손이라며 어루만져주시던
그 손길처럼
따스하게 안아주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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