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주역의 시작과 끝, 기제와 미제

[明泉] 맑은 샘물 2023. 8. 17. 09:04

인간은 궁할 때 찾는다

그렇다면 왜 점을 치는가?
그것은 인생의 난제 때문이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데, 환경에 막혀 있을 때이다.
자신의 노력이나 애씀으로도 안 되는 극한 상황에 이르렀을 때 무엇을 선택함이 바람직한지 알고 싶을 때에 지혜를 얻고 싶어 하는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점을 보려 한 것이다.
주역이 발흥한 시기는 동주시대(기원전 770~256)인데, 그 당시  세상이 매우 혼란하던 시기였다.
당시 세상은 난세였다. 너무나도 어지러웠던 때에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주역에는 깊은 ‘우환(憂患-근심과 환란) 의식’이 배어 있다.
아마도 당시 사람들은 환(患) - '꼬챙이'의 뜻인 곶(串)과 '심장'의 뜻인 심(心)의 합자로 꼬챙이로 심장을 찌르는 것 같은 아픔 - 을 겪어야만 했다.
그러한 난세의 세상을 살면서 그들의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하였는데, 앞으로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속 시원하게 알려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존의 한계상황에서 《하늘의 뜻》을 알 수 있다면, 그런데 그것이 과학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에는 그러했다.
그러나 그게 지나쳐 매번 그런 식으로 알고 그것에 맞추어 복을 받고 싶어 하게 된 것이다.

인생 새옹지마, 정답도 오답도 아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변방 새 塞 늙은이 옹翁 어조사 지 之 말 마 馬
사람이 살아가는데 좋은 일이 생길지 나쁜 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다.
중국 전한 시대의 서책 《회남자》의 내용 중 『인간훈』에서 유래한 고사성어이다. 직역하면 '변방 에 사는 노인의 말(馬)'에 얽힌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옛날 중국 북쪽 변방의 요새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 집을 나가 오랑캐 땅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그 당시 말을 대단히 귀중한 재산으로 취급되었기에, 노인의 말이 집을 나간 것에 이웃들은 위로하는 말을 했다. 노인은 말은 잃은 것으로 인해 속상해하지도 않는 듯 태연히 말했다.
“글쎄요. 이 일이 오히려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 말이 돌아왔다. 그것도 암말 한 마리와 여러 마리의 망아지를 데리고 돌아왔던 것이다. 당장은 말을 잃어 안타까웠지만, 도리어 복이 되어 돌아왔다. 그 일을 알게 된 이웃들이 찾아와서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노인은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축하는 무슨, 이 일이 도리어 화가 될지 누가 알겠소?”
그로부터 얼마 후, 노인의 아들이 말을 타고 달리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졌다. 아들은 다리를 부러졌고 절름발이가 되었다.
그 일로 이웃 사람들이 찾아와 안타까워하며 위로해 주자, 노인은 이번에도 태연히 말했다.
“누가 알겠소. 이 일이 도리어 복이 될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 국경 너머 오랑캐들이 쳐들어왔다. 변방에 살던 젊은이들은 모두 소집되어 전장에 끌려나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대부분 이 전사하였거나 오랑캐한테 끌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
그렇지만 노인의 아들은 낙마로 인해 다리를 절고 있었기 때문에 소집 면제받아 무사할 수 있었다 한다.
이와 같이 인생사를 누구도 알 수 없다.


인생 화복(禍福)

누구나 화를 멀리하고 복을 가까이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당장은 재앙처럼 여겨져도 거기에 너무 그것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 咼(비뚤 괘, 입비 뚫어질 괘/와)
禍(재앙 화)도 지나간다.
지날 과(過) = 咼(비뚤 괘) + 辶(갈 착)
인생길 고난과 환난으로 비뚤지만(咼) 그것들도 가고 나니(辶) 지난 과(過)거가 된다.
• 과정(過程: 지나는 길), 통과(通過), 경과(經過).
禍(재앙 화) =  示(보일 시) + 咼(입비 뚫어질 괘/와)
示(보일 시) +  畐(가득할 복)
집에 가득하니 부하다는 부(富)
이 모두는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달린 문제이다.
괘는 자연환경의 흐름(변화)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인간에게 적용하려 하니 지나치고, 무리가 되는 것이다.
괘에는 총 64개의 괘가 있고, 각각의 6개의 효가 있는데, 그 효마다 의미가 있다.
여기서 과연 그 효가 모든 이에게 딱 맞는 정답일까? "아니다"라는 것이다.
오답인가? 그것은 알 수 없다.
그런데, 인간의 마음 기저에 깔려있는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이 맹종하며 좇아가게 만드는 것이다.
괘로 점을 치는 것은 쉽게 말하면 잘못 적용하는 것이다.
괘는 고정된 풀이가 있으나, 인간은 그때그때 다른 것이다. 또 환경도 다르다. 그저 상황에 따라 지혜를 얻으려 해야지 나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지함이라 할 수 있다.

기제와 미제

64괘 가운데 63번째에 해당하는 괘가 ‘기제’(旣濟)이다 그리고 마지막 64번째에 해당하는 괘는 ‘미제’(未濟)다.
기제란 이미기, 건널 제이다. ‘이미 건넜다’는 뜻이다.
그러면 미제란 ‘아직 건너지 못했다’는 뜻이다.
왜 마지막 괘가 ‘완성’이 아닐까?
인간 세상에 모든 만물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완’인 것이다.
마치 시간의 흐름과 같다.
낮과 밤이 365일 반복된다.
그러나 매일 낮의 길이와 밤의 길이가 다르다.
그리고 춘하추동으로 계절이 바뀌고, 달의 길이가 1년에 256일이기 때문에 태양인 365일과 다르다.
어느 해는 윤년이어서 366일이다.
그래서 2.28일까지인 해가 있고, 2.29일까지 있는 해가 있다.
매년 다르고, 매월이 다르고, 매일이 다르다.
또한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된다.
저녁은 끝이 아니다.
아침을 품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하루를 품고 있다.
이러한 우주와 만물의 이치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생의 이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물의 끝은 항상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다.
변화 속에 고요가 있고, 고요 속에 변화가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