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서 얻는 교훈
이야기꾼 선생님
중학교 시절,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그때. 수업시간이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 들려줬던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아이들이 제일 눈이 초롱초롱하게 만든 것은 단연 여선생님의 연애 이야기였다.
아이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귀를 쫑긋 세우고 듣다가 옆 친구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어 가다가 우연히 누군가 떨어뜨린 연필이 바닥에 부딪치는 작은 소리에 모두가 놀란 듯 그 친구에게 시선이 향하면 선생님은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라며 끝을 맺는다. 그때 모두의 입에서는 아쉬움과 조금만 더 해달라는 강청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모든 학생들마다 "연애가 꿈길을 걷는 것 같은 이야기"라고 여기며 조금씩 사랑에 대해 눈을 떠가게 된다.
그리스-로마신화
만일 건국이야기를 할 때 역사적 사실만 이야기했다면 얼마나 지루하거나 따분할까.
그리스-로마 신화는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신화이다. 그리스와 로마가 국가로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신들이 개입하며 주인공과 그의 생사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신화는 고전이 되어 옛날이나 지금이나 모든 사람들이 즐겨 읽는 책이 되었다. 비록 신화가 꾸며진 허구성이 강한 신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개되는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더구나 신들이 초월적인 존재라기보다 초월해 있으면서 또한 매우 인간적인, 인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생각이나 행동들, 그들도 신이지만 죽게 되고, 인간을 통해 자기들의 욕망을 이루려는 모습 등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신들과 연결점을 상상하게 만든다.
때로 신들과 인간들이 협상하고 제안하고, 협력과 경쟁하는 이야기 등에서 신이 결코 멀리에 있지 않으며 늘 우리의 일상에서 신들의 개입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해 준다.
신화와 인간세상
신화는 사전적으로 "한 나라 또는 한 민족에게 계승되어 전해진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신화는 그저 허무맹랑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인가?
신화에는 역사적 사실은 없고, 허무맹랑하고 거의 뻥으로 이뤄진 이야기로만 취급해야만 하나?
아니면 그 신화 속에 주인공이나 영웅의 이야기에 어떤 역사적 실체가 담겨 있을 가능성은 없을까?
10% 역사적 사실과 90%는 꾸며진 이야기일까?
아니면 이야기 속에 영웅이나 시조가 실제로 겪었던 수많은 사건이나 위기, 어려움들에 재미의 요소로 신의 개입이라는 이야기를 덧 씌워 만든 이야기일까?
신화(神話)는 과거, 어떤 중요한 사건을 풀어가는 장치이다. 신화 속에서도 인간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어떤 영웅이나 시조의 이야기와 그를 도와주는 신의 개입을 담고 있다. 주인공에게 생사를 넘나드는 과정에 구사일생, 천우신조, 우여곡절 등의 과정을 통해 마치 건국이 운명인 것처럼 이야기는 전개된다.
신화, 인간을 둘러싼 신들의 이야기
신화는 한 영웅같은 인간과 역사를 둘러싼 이야기들에 신 혹은 신들의 개입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하나의 국가 탄생은 결코 쉽게 우연히 이뤄지지 않는다. 부족국가에서 고대국가가 건국가 탄생하기까지에는 수많은 부족들간의 수많은 전투와 때로 형제나 한 때 생사를 같이했던 동지였다가 배반하여 원수가 되고, 세력간 치열한 경쟁 속에 작은 통일국가가 만들어진다.
분명 그 과정에 여자의 유혹과 사랑이야기, 주인공은 사망의 골짜기를 통과하는 이야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우연처럼 벗어나게 만드는 돕는 손길이 나타나거나, 죽음도 그를 막을 수없는 숙명처럼 그로 하여금 그 길을 가도록 만드는 운명 같은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영웅의 이야기가 된다.
이처럼 영웅에게는 실제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그 이야기들에는 영웅의 탄생에 신이 개입으로 미래에 펼쳐질 운명을 예고한다.
운명같은 길을 걸어가는 주인공 앞에는 수많은 죽음과 유혹들, 사랑하는 이를 잃게 되는 슬픔,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고 위태한 상황에 빠지고, 위기 속에서도 내부의 반역자, 적들로부터의 공격을 받기도 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꿋꿋하게 그 위기들을 뚫고 나가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세상이 얼마나 험난한가. 용기있는 자는 어떻개 극복해 나가는가. 어떤 상황에도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한다.
신화와 해석
과연 신화는 그저 꾸미거나 재밌게 하려는 요소를 담은 전설의 고향 정도로 취급받아야 할까?
아니면 몇 가지 신화적인 요소들을 걷어내고 영웅의 이야기에 약간의 드라마틱한 요소를 제거하면 그 이야기는 우리들의 역사나 이야기가 아닐까? 또 거기에 가미되어지 것들, 인과를 설명할 수 없는 사건 등을 그대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 등을 이해하며 읽는다면 역사적 의의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단군신화와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국시가 있다. 그 후손으로 대한민국이 탄생하였다. 보이지 않게 전통과 조상의 DNA가 도도히 흐르고 있다. 홍익인간의 뜻은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하라” 또는 "(당시 부족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하라"는 역사적 사명을 가진 나라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처럼 신화는 꾸며낸 이야기 같이 흥미로운 사건들과 긴박하게 이어지는 주인공의 위기와 영웅적인 도전과 탈출, 그리고 운명 같은 주어진 사명을 이루려는 열정과 신의 도움, 그것 자체로 충분한 가치와 숨겨진 교훈을 얻을 수 있기에 신화는 읽는 사람에게 새로운 도전과 미래를 꿈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