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3편과 나
신자라면 누구나 성경 중에서 좋아하는 말씀이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시편 23편은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몇몇 구절들이 떠오릅니다.
시편 23편을 평소에 암송하고 있던 성경구절이지만, 깊이 접하게 된 것은 고 안세훈 장로님을 통해서입니다.
대학생 때 친구들, 힘들 때마다 곁에서 격려해주던 동역자들, 그리고 성도님들... 교수님, 동역자들, 그리고 매일 아침 두 시간을 말씀을 암송하고 묵상하시는 모친 장영애 권사님이 계십니다.
무엇보다도 한 세상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저의 열손가락에 드는 분이 안장로님입니다.
그의 삶이 나에게 성경을 더 깊이 묵상하고 사랑하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2006년 5월 25일 주일 아침이었습니다.
권사님의 급한 연락을 받고 달려갔습니다.
오전 10시 십여분, 그렇게 병마와 싸우시느라 많이 쇠약해 졌음에도 "목사님 오셨습니까?" 하고는 일어나 인사하려고 하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그날 아침까지도 "구원과 하나님의 계획"(김남준 목사/열린교회)을 읽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시간 숨이 찬 모습을 뵈면서 제가 시편23편을 함께 암송하자 장로님도 함께 나직한 목소리로 함께 했습니다.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 아멘하고 암송을 마치고 간절히 기도해 드렸습니다.
"여호와는 진정으로 나의 목자이셨습니다. ... 주님 때문에 내 잔이 넘쳤습니다. 이제 아버지께로 가오니 내 영혼을 받아주시옵소서. 선하신 목자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그때가 오전10시30분, 세브란스 병원에서 장로님은 그토록 사모하던 주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고 안세훈 장로는 1984년 미국 시애틀 총영사로 부임하여 쿠웨이트 대사와 호주 총영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은퇴하셨고, 이후 극동방송 부사장을 지내시다 은퇴하셨습니다.
장로님을 만난 것은 2000년 초반쯤입니다.
장로님은 이제 남은 여생을 누구보다 편하게 지내실 수 있을 아름다운 삶을 사실 날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암이 발병하여 마지막까지 투병하시다가 주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장로님은 주일 아침이면 누구보다 한 두 시간 일찍 교회에 나오셔서 <퓨리탄>도서관으로 행하십니다.
그곳에서 책을 읽으시던 모습이 선합니다.
예배는 늘 맨 앞자리입니다.
장로석이 별도로 있지 않습니다.
그렇게 맨 앞자리에 앉아 어리 아이처럼 미동도 없이 꼬박 90분 예배를 드리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귀감이 되셨습니다.
한마디로 한 예배자가 저렇게도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목마른 사슴처럼 주님을 사모하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신앙의 동지가 있습니까
이처럼 좋은 분을 만나서 신앙의 인격적 교제를 나누며 같은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이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일 아침이면 언제나 친구처럼 환한 미소로 다가오시는 장로님이 그립습니다.
성경을 언제나 예쁘게 한 손에 드시고, 두발을 가지런히 모아 초등학생이 선생님께 인사하듯 깍뜻이 하시는 모습,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늘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주일이면 목자의 인도를 받으며 푸른 초장, 쉴만한 물가에 와 계시듯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이것이 주님을 만난 분, 주님과 동행하는 분의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신앙생활에 아내가 동지이고, 자식이 동지입니다.
매일 삶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나는 성도들이 동지입니다.
생활을 나누다보니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어 말씀을 나누고 삶을 나누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장로님은 그런 분이셨습니다.
상도들에게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삶을 나누되, 어느 것 하나 자랑이 없으셨습니다.
묵묵히 봉사하며 그림자처럼 섬기던 모습이 선합니다.
늘 겸손하고 자상하신 장로님이 계셔서 행복했습니다.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0/06/09/2000060970370.html?outputType=amp
안세훈씨 '사랑의 호스피스'
안세훈씨 사랑의 호스피스
www.chosun.com
https://news.koreadaily.com/2006/05/25/society/generalsociety/566665.html
안세훈 전 시애틀 총영사 타계
안세훈 전 시애틀 총영사가 지난 5월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지난 1984년 시애틀 총영사로 부임했던 안 전 총영사는 축구를 특히 좋아해 축구를 통한 한인사회 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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