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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도 유언장이 필요할까?

[明泉] 맑은 샘물 2023. 9. 11. 14:15

불청객은 언제든지 찾아온다.

죽음은 누구에게도 예고하지 않는다. 불청객이다. 최근 "90대 어머니와 50대 딸, 저녁 먹고 유언장 썼습니다"(오마뉴스)는 글을 읽으며 진지하게 "나의 유언장"을 생각하게 되었다.
2018년 연초, 한 겨울 감기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었다. 그러나 오한과 함께 찾아온 탈진으로 순식간 의식을 잃고 말았다.
예고없이 죽음의 문턱 앞에 이르렀다. 다행히 가족들이 발견해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 지금도 호흡하며 살고 있다.

● 골든타임이란 의학적으로 '응급상황에서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을 의미

급성패혈증

다행히 아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나를 발견했고 119의 도움으로 병원까지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담당 래지던트가 열심히 진료를 하며 담당교수에게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응급처치를 하게 되었다.
어제까지도 건강하던 사람이 침상에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모습, 병명은 급성패혈증이란다.
어떤 경로로 감염이 되었는지 모르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와 같은 병원체가 혈액에 침투하여 발병한다.
병원체가 침투하면 신체는 병원체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반응으러 여러 증상이 트나타난다.
감기증상 같은데 감기가 아닌 고열, 갑작스런 저체온증으로 오한과 호흡률, 심박수가 증가하고 머리가 멍하고 어지러움이 찾아오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으며 심장조차 멈추어 간다.
겨우 심장만 뛴다.
어디에다 혈압상승제를 투여할까?
혹시 신장이 망가지고나 다른 장기에 무리는 가지 않은까?
의사의 처방에는 고민이 따른다.
이 때 유언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주변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시는 분들을 목격하면서 정말 준비해 놓아야 하는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할머니는 일찍이 당신의 수의를 만들어 놓으셨었다. 수의를 만들면 장수한다나?
정말로 장수하셨다.
수의가 색깔이 변할 정도였다.
그리고 당신의 장례비를 다 준비해서 수의와 함께 남겨 두셨다.
글을 쓰지 못하셨지만, 모두 기억하고 계셨다. 언제든 물어보면 몇월 몇일에 그 일이 있었는지 마치 기록한 글을 읽듯 정확하게 읊조리셨다.

유언장, 언제 써야 하나?

한림대 류머티즘내과 김현아 교수는 《죽음을 배우는 --- 시간》에서 건강할 때 유언장 쓰기를 권한다.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가장 큰 상실감을 주는 것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김교수는 "죽음은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최악이자 최대의 사건인데, 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도 준비를 덜 한다"라고 지적한다.

유언장, 나를 돌아보는 최고의 기회

유언장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수 있다. 죽음이 언제든지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지만, 유언장은 준비된 죽음을 맞이하게 해 준다. 나의 삶을 잘 정리해 둠으로 언제든 떠나가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여섯 분을 장례를 치렀던 '염장이' 유재철 씨도 젊을 때부터 '엔딩노트'를 써보라고 권한다.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치열하게 살지만, 유언장은 마음의 여유와 양보, 배려하는 힘을 제공해 준다.
개인적으로도 '웰 리빙 - 웰 다잉'을 위해서는 매일매일 영원을 사모하자.
날마다 내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인 것처럼 십자가를 바라보며 자기부인과 내세를 묵상하며 영원한 나라를 생각하자.
진지하게 가족과 함께 한 공간에서 호흡하고 사랑하는 이와 숨 쉬며 사는 것의 축복을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떻게 쓸까?

갑작스럽게 유언장을 막상 쓴다고 생각하면 어렵다. 나의 삶을 돌아보는 일기를 쓰는 것부터,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쓰자.
처음엔 힘들고 막막하게 여겨져도 첫 문장이 완성되고 나면 나머지는 술술 써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하게 쓰려고 하지도 말고, 잘 쓰려고 욕심내지도 말자.
민법에서 요구하는 유언장의 효력은 유언자가 유언장을 쓰게 되는 이유(전문)와 날짜(연월일), 주소, 마지막으로 성명을 기입하고 날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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