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일」, 나태주
「사는 일」
- 나 태 주 -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나의 생각
시를 읽고 생각하게 된다.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시골풍경이다.
반듯하게 인공적으로 만든 도시의 길들은 차를 중심으로 만든 넒고 곧게 난 도로이다.
하지만 시골길은 오랜 세월, 자연환경에 따라 생겨난 길도 있고, 산업화로 곧게 뻗은 신작로도 있다.
도심에서야 쉽게 택시를 부를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기사와 흥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걷게 되었으니
긴 시간을 걸어서 집으로 가야만 한다.
차를 타고 빨리 집에 가서 쉴 수도 있지만
걷는다고 생각하면 속상하고 힘들수도 있다.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점점 익숙해져 우리의 사고까지 디지털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날 때
가 있다.
종종 시간이 걸려도 아날로그만의 맛이 있다.
비록 몸이 조금은 고달파도 아날로그 속에 마음은 풍요로운 부자가 된다.
아름다운 자연 해 질 녘,
새들이 제 집을 찾아 바삐 돌아갈 때
조금씩 가까워 오는 내 집,
아날로그 시간이 주는 흐뭇한 행복이
마음 가득 밀려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