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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를 아시나요?

[明泉] 맑은 샘물 2023. 10. 27. 13:53

우리나라는 항렬(行列, 한자로는 항렬로 쓴다)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따라 이름을 짓는다. 이것이 같은 씨족 안에서는 촌수(어른 혹은 아랫사람)를 구별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족보를 소중히 여겼다.
그러나 한 세대 전부터 이름도 항렬을 따르지 않고 짓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예전에 항렬을 따라 짓다 보니 더 이상 지을 이름이 없어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놀림을 받기도 했다.
또 시대적 산물로 불려진 이름도 있다.
여자에게는 '순'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많았다.
순자, 순옥, 옥순, 순희, 끝순, 영순, 심순, 삼순, 금순...
남자에게는 삼자도 많았다. 영삼, 응삼, 춘삼, 삼룡...
두 이름을 합치면 "삼순"이가 된다.
그런데, 촌스러워도 다정다감한 이름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신드롬처럼 인기를 얻었던 때가 있었다.  

https://betterkim.tistory.com/50

당시 김삼순을 통해 시대적인 아픔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김삼순"의 이야기는
못생기고,
뚱뚱하고,
나이 많은
삼불(三不)을 극복하고
뜻을 이루어가는 행복 드라마였다.

촌스러운 이름과 뚱뚱한 외모라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전문 파티쉐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30대 노처녀 김삼순의 삶과 사랑을 경쾌하게 그려낸 드라마

삶이 그대들을 속여도,
사랑이 그대들을 울려도,
나빠지지 말고 더 단단해지기를...
이 땅의 삼순이들을 응원했던 통쾌한 드라마

그러나 삼순이는 유전적이거나 환경적이거나 시대적인 것을 가지고 유독 비하하던 시대의 이름이다.
지금은 많이 정화되었다고는 하나 또 다른 방식으로 여전히 잔재는 남아있지 않은가.
정찬일 작가의『삼순이』, 삼순이는 "시대가 만들고 역사가 잊은 이름"이라고 말한다.
《그녀들》은 누구였던가?
누군가의 어머니와 언니, 또는 누이였다.
여기서 "삼순이"로 불리는 직업은 나라 잃은 설움에서 벗어나 전쟁의 고통의 시대에 생겨났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식모'와 '버스 안내양', 그리고 '여공'이었다.
이 셋을 삼순이라 일컫는다.
그래서 '시대가 만들고 역사가 잊은 이름'이 되었다.
그녀들은 여성으로 태어난 이유로 배울 기회마저 박탈당하고, 온몸으로 고난의 세월을 이겨낸 억척같은 산업 역군들이다.
지금은 비정규직, 시급 알바로 이름만 바뀌었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이 시대가 존재할까?
그들은 지금의 삶은 어떤가?
그들은 마치 높은 산을 넘지 않고 터널을 뚫어낸 주인공들이다.
비록 험난한 세월이었지만,
그 세월은 그들을 더 부지런하고,
더 강해지고,
또 단단하게 만들었다.
자수성가하듯 이겨냈다.
그런데 그 설움, 그 아픔이 있기에 내 자식만은 그렇게 불리거나 무시당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의 또 다른 삼순이들 만들어지고 있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배운 것도 많은데,
기대하는 만큼 취업할 곳이 많지 않다.
"그래도 힘을 내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기에.
비록 남들이 볼 때 무시하는 직업이어도
그것이 성공을 만들어줄 마법이 있기에,
"아들(딸)아! 네가 하고픈 일을 하라"라고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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